팀 메릴랜드 Team Meryland

.10대 소녀 복서 메릴랜드. 로스앤젤레스 와츠에서 태어난 소녀는 2019년 주니어 올림픽 복싱 챔피언을 꿈꾸며 오늘도 매섭게 링 위를 누빈다. 체구는 다소 왜소해 보여도, 밝고 구김살 없어 보이는 성격에 누구보다 활기가 넘친다. 이쯤에서 〈팀 메릴랜드〉라는 이 영화의 제목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얼핏 보면 메릴랜드를 중심에 둔 스포츠 영화나 성장 드라마로 보일 법하지만, 영화는 메릴랜드가 아니라 ‘팀’ 메릴랜드를 조명한다. 특출난 재능을 가진 메릴랜드 단 한 사람의 서사가 아니라 메릴랜드가 챔피언이 되기까지 메릴랜드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팀’의 이야기다. 그 팀은 바로 소녀의 가족.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이 가족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메릴랜드가 6살이던 무렵 갑작스레 찾아온 몸의 이상으로 그녀는 복싱은커녕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병원에 있어야 했다. 부모의 헌신적인 돌봄과 소녀의 의지 덕분일까. 메릴랜드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났다. 아픈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봤을 부모는 이제 링 위에 오를 딸을 지원하기 위해 달린다.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 부모는 일터로 나서지만, 이 모든 데서 기쁨을 느낀다. 자녀의 성공을 위한 부모의 돌봄 노동을 통해 미국 이민자 가족의 익숙한 단면을 본다. 하지만 영화는 섣불리 그들을 안쓰러워하지 않고 복싱으로 더 단단해진 가족의 결속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마침내 메릴랜드는 링 위에서 꿈을 실현한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소녀는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팀 메릴랜드’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2022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