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마누엘 아브라모비츠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일상의 수행성을 탐구해온 다큐멘터리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베를린의 유명한 게이바인 ‘블루보이’를 근거지로 활동해온 루마니아 출신 남성 성 노동자들을 조명한다. 가난한 그들은 자신들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세계 각국에서 온 남성들에게 몸을 팔아왔다. 감독은 사전에 그들이 직접 구술한 성매매 경험담을 녹음해놓고서, 바 안에 앉아 고정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그들 각자에게 하나씩 들려준다. 화면에 등장하는 얼굴과 목소리의 주인이 일치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니, 굳이 알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들 각자의 내밀한 경험이자 동시에 그들 모두의 공통된 경험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애써 얼굴과 목소리를 분리해낸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서로의 고백에 귀 기울이고 기억을 중첩시키며 감정은 표정 안에서 차츰 고조되어 간다. 서로 닮아 있는 이민자들의 슬픈 연대기가 두텁게 쓰인다.
(2020년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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