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Re-encounter

7.6/10
共19評論
類型   드라마
時長   108분
語言   한국어
地區   한국
台灣上映   02月17日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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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劇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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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버려진 기억을 되살리면…

멈춰버린 우리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18살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혜화가 임신을 하자 한수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혜화 앞에 갑자기 나타난 한수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한수의 말을 믿지 못하는 혜화. 하지만 아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된다.

[ Hot Issue ]

(부산국제영화제 + 서울독립영화제) x 작품성

= 2011년 상반기 독립영화 최대 기대작!

2010년 독립영화계는 관객동원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공을 기록한 영화 없이 전년도에 비해 침체된 한 해를 보냈지만,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독립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과 소통한 한 해다. 특히 작품성과 진정성을 가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여전한 지지는 증명할 수 있었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양면적인 모습을 담아낸 홍효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와 감성적인 영상으로 독립영화계의 ‘이와이 슌지’라 불리며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김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 는 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영화를 본 이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화제를 양산하기도 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1년 상반기 독립영화 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포진해 있다. 등 작년 한해 동안 각종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 받은 영화들이 독립영화의 독한 맛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민용근 감독의 은 2월 17일 개봉해 2011년의 포문을 여는 독립영화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2010)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특히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매년 12월 열리는 독립영화계 최대의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 최우수 작품상, 코닥상, 독립스타상(배우부문)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며 평단은 물론 일반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처럼 걸출한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에 대한 지지와 관심은 곧 개봉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며 이후로도 끊이지 않는 물음이 쇄도했다. 마침내 오는 2월 17일, 새로운 한 해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자 2011년 독립영화 최대 기대작 이 관객들을 만난다.

(각본 + 연출 + 캐스팅) x 탄탄한 기획

= 독립영화계 최고의 웰메이드 감성영화 탄생!

은 2009년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제작지원,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ACF(Asia Cinema Fund) 후반작업지원 사업을 통해 완성된 영화다. 오래된 결속과 시나리오만으로 의기투합한 민용근 감독과 심현우 프로듀서는 제작투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외에도 의 이충렬 감독과 고영재 PD의 투자와 지원으로 제작을 시작하게 된다. 이 이들을 사로잡은 힘은 영화가 가진 진정성이다. 자극적인 소재, 시선을 끄는 현란한 비주얼, 톱스타의 기용 없이도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일반 상업영화에서 쉬이 느낄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 방송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축적된 민용근 감독의 다양한 경험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고, 청소년의 풋사랑, 미혼모, 유기견과 같은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캐릭터와 구성에서 기존의 멜로영화나 성장영화와는 차별화된 전개와 반전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가 가진 스토리의 힘은 참신한 연기력의 배우들을 만나면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한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지만 장면장면 찬찬히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은 이처럼 빛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됐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혜화 역의 유다인은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로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으며 서울독립영화제2010의 독립스타상(배우부문)을 수상했다. 이렇게 기획, 제작 단계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고, 개봉 전 국내 영화제 수상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은 따뜻한 이야기와 사려 깊은 연출,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가 만나 진정성이라는 가장 특별한 공명은 빚어낸, 단연 2011년 독립영화계 최고의 웰메이드 감성영화다.

(유다인 + 유연석) x 민용근 감독

= 슈퍼 감성 루키들의 완벽한 앙상블!

단편영화 , 옴니버스 장편영화 중 ‘열병’ 등으로 이미 독립영화계에서는 남다른 감성의 ‘민용근 표’ 감성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민용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 매 작품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감성과 사려 깊은 시선을 감각적인 영상 안에 담아내, 평단뿐 아니라 관객들 또한 민용근 감독의 장편영화를 기다려 온 것이 사실일 터이다. 이처럼 많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민용근 감독은 장편 데뷔작 으로 그간의 작업을 통해 쌓아온 따스한 감성과 밀도 있는 연출 내공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20대 청춘남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상처의 치유를 담아낸 의 이야기는 미혼모, 유기견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무겁게 그려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관객들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민용근 감독의 연출력과 주연배우 유다인, 유연석의 연기력, 이들이 만들어낸 완벽한 앙상블 때문이다.

드라마 , 영화 등에 출연, 캔커피 CF를 통해 ‘레쓰비 걸’로 얼굴을 알린 유다인과 영화 의 ‘어린 유지태’역으로 데뷔 드라마 등에 출연한 유연석, 1984년 동갑내기 두 배우가 감성커플로 만났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겪은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혜화’역의 유다인과 홀연히 혜화 곁을 떠나 5년 만에 다시 나타나 죽은 줄 알았던 아이 소식을 전하는 ‘한수’역의 유연석은 5년 전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상처로 남은 복잡미묘한 관계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유독 클로즈업 숏이 많은 영화에서 ‘유다인의 얼굴은 곧 영화의 정서’(씨네21)였고, ‘그 자체로서 충분히 가슴을 저리게 하는 유연석의 눈빛’(영화평론가 박유희)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그리움의 정서로 물들인다. 이토록 빛을 발하는 보석들의 만남은 어떤 결과물을 낳았을까? 은 신인 감독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세밀한 연출과 첫 주연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룩한 2011년 한국영화계의 가장 완벽한 데뷔작이다.

[ About Movie ]

배경, 소재, 심리변화까지 아우르는

다의적인 제목

많은 이들이 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으로 떠올리는 것은 ‘혜화동’이라는 지명이다. 흔히 ‘혜화동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이름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제목은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의 흐름에 따라 드러나는 이야기에 다의적인 제목의 뜻을 유추해 나갈 수 있다.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라는 태그처럼, 이야기에 배경이 되는 계절은 겨울이다. 날이 선 바람이 시린 볼을 할퀴고 눈 쌓인 철거촌의 공허한 모습이 혜화의 심리를 대변할 때, 제목의 의미는 (겨울 동)이 된다.

혜화를 만나러 온 한수가 5년 전 잃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이미 버린 기억을 다시 들추는 한수를 혜화는 무시하고, 아이를 만나보라는 그의 끈질긴 요구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어쩌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이 그녀의 마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순간, 제목은 (움직일 동)으로 읽힌다.

결국 한수가 데려온 아이, 나연이와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되는 혜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아이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애써 아이를 밀어내려는 그녀지만 감출 수 없는 모성이 그녀를 마음을 휘감는다. 하루만 살고 떠난 줄 알았던 아이, 그러나 이젠 하루 밖에 함께 있을 수 없는 아이와 혜화의 아픈 만남. 제목은 (아이 동)이 된다.

결국 다시 마주선 헤화와 한수, 5년 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억눌렸던 감정을 토해내는 그들. 다시 등을 돌리고 서로 길을 떠나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음은 상처에 생채기 나고 감정은 메말라 버렸지만, 모든 울분을 토해냈을 때 다시 새로운 것들이 채워질 수 있다는 희망은 싹트기 마련. 다시 한수를 향해 서서히 움직이는 혜화의 마음은 (같을 동)이다.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

감정의 온도를 전달하는 감성 클로즈업

의 소재가 착상된 것은 민용근 감독이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었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기견 구조를 위해 사흘 밤낮을 길바닥에서 보냈던 한 여자가 있었다. 유기견이 포위망을 피해 달아났을 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개를 원망하며 눈물을 훔치던,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이 감독은 몇 년이 지나도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집 없이 떠돌아 다니던 강아지에게 연민을 느끼고 도와주고자 했던 한 여인의 진심,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사명감을 다하는 여인에 대한 감독의 또 다른 연민은 헤화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로 태어났다.

하지만 유기견을 돌본다는 사실만 같을 뿐 영화 속 혜화가 감내해야 할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미성년인 상황에서 아이를 갖고, 혼전임신이었지만 한수와 행복하게 살 꿈을 꾸었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미혼모 신세가 된 혜화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는 혜화의 어두운 면만을 응시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어둡고 잔인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감독의 태도, 그 시선의 높이는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극진한 연민이 느껴져 오히려 온기가 감돈다.

이처럼 감정의 온도까지 전달되는 영화의 매력은 눈동자의 떨림까지 포착해 낸 감성 클로즈업에 있다. 은 여주인공 혜화가 온전히 극을 이끌어가는 영화다. 그러나 혜화는 별로 말이 없다. 감정을 쉽게 밖으로 내뱉지 않는 다는 말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둔 감정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눈이다. 또래의 나이답지 않은 깊은 눈동자에 담긴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혜화의 얼굴에 밀착한 촬영을 택했다. 특히 한수를 만나 헤화의 감정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순간마다 클로즈업은 혜화가 담은 감정의 온도까지 가늠케 할 정도로 섬세하고 또 세심하다. ‘많은 영화의 경우 클로즈업이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에 주로 쓰인다고 하면, 우리 영화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기본 샷이 클로즈업이었다. 이야기의 내용상, 인물의 표정, 손동작, 개의 눈빛, 각종 소품 등이 갖고 있는 각각의 이미지들이 중요했다. 크고 굵은 감정들로 거칠게 치고 나가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중요한 영화이니만큼, 시각적인 표현도 그런 점들이 고려되어야 했다. 때문에 같은 클로즈업이라 할지라도 정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도와 심도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상처받은 헤화의 마음을 보듬듯 한 컷 한 컷 소중히 담아낸 살아있는 표정은 감독 특유의 사려 깊은 태도와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허진호, 이윤기, 김종관... 그리고 민용근

감성 디렉터의 계보 잇는다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묘하게 변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것이다. 또한 장르의 가장 큰 주제가 사랑인지라, 결국 보는 이들의 마음도 덩달아 설레게 만들 수 있는 떨림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근 한국영화계에서 멜로드라마라는 특정 장르를 고수하면서 꾸준히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온, 이른바 ‘감성 디렉터’를 손에 꼽을 수 있다.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한 남자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내 큰 사랑을 허진호 감독은 (2001), (2005), (2007), (2009)까지 이후에도 멜로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영화를 꾸준히 발표하며 감성 디렉터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2005)로 마음의 상처를 가진 한 여자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그 속에 담긴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내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윤기 감독 또한 (2008)를 거쳐 최근 개봉 예정인 (2011)를 통해서도 남녀 관계에 대한 시선을 더욱 확장시키며 허진호 감독의 행보를 잇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계에서도 찰나의 떨림을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을 담은 단편영화들로 주목 받았던 김종관 감독의 장편 데뷔작 (2010)가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민용근 감독이 의 개봉으로 감성 디렉터의 계보를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옴니버스 장편 (2010)의 첫 번째 에피소드 ‘열병’에서 비밀을 가진 두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긴장의 순간을 절제된 대사와 효과로 밀도 있게 연출해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민용근 감독. 마침내 영화제를 통해 베일을 벗긴 그의 장편 데뷔작 은 감독만의 따스한 감성과 밀도 있는 연출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직조한 디테일

감성을 끌어올리는 내밀한 코드들

의 시간적 배경은 둘로 나뉜다. 혜화와 한수가 고등학생이었던 5년 전과 한수가 혜화를 찾아온 현재. 어리지만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과거와 메말라 버린 감정을 가진 채 살아가는 현재의 공기는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정보도 명확하지 않다. 한수는 어머니의 대화에서 과거의 행적을 유추해 볼 수 있지만 혜화는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삶을 살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멀어진 둘 사이 간극을 감독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섬세한 연결고리를 배치함으로써 상쇄시켰다. 한수의 아이를 가진 혜화는 일찍이 학교를 그만두고 곧 태어날 아기와 생계를 위해 네일아트를 배운다. 한수의 손톱도 혜화의 연습을 위해 매니큐어에 물들지만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홀로 남은 혜화의 심정은 원망일수도, 분노일수도 있다. 그러나 5년 동안 깎여져 나간 손톱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온 그녀의 행동은 그의 빈자리에서 느끼는 그리움에 대한 감독의 세심한 표현이다.

한수가 데려온 나연이 또한 디테일한 묘사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나연이가 유치원에서 볼 일을 본 후 치마를 잘 추스르지 못해 스타킹에 끼여있는 것을 보고 혜화는 시린 아픔을 느낀다. 자신의 딸이라고 믿고 있는 아이의 미진한 모습이 마치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연이가 젓가락 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혜화의 심정에 공감하며 그녀가 처한 현실을 더욱 애잔하게 만드는 아이의 모습은 치밀하게 직조한 감독의 디테일에 의해 완성되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머리핀을 항상 하고 있는 하고 있는 것, 혜화의 귀고리를 갖고 싶어하는 것까지, 감독이 아이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들이다.

[ Production Note ]

버려진 개를 좇던 여자

예전에 방송 다큐멘터리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라고 하는 50분짜리 프로그램이었는데, 말 그대로 사회의 ‘제3지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였다. 그 때, 어느 동물 보호단체에서 일하는 분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 단체를 이끌고 계신 어느 여자 분을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됐는데, 그 분은 주로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보호하고, 치료하고, 입양하는 등의 일을 하는 분이었다. 어느 밤. 탈장(脫腸)된 유기견이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 여자 분은 단체 회원들과 함께 동네를 찾아가 버려진 가재도구를 이용해 차단막을 설치하고, 탈장견이 자주 출몰한다는 길목을 지켰다. 한 겨울 밤. 6명의 사람들이 동네 곳곳에 잠복하며 함께 밤을 새웠건만, 탈장견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추위와 피로에 지쳐가던 3일째 밤. 직장이 있던 회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고, 결국 그 곳엔 그 여자분 홀로 남게 되었다. 지친 얼굴로 밤새 차에서 탈장견을 기다리던 새벽 시간. 드디어 탈장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치해놓은 차단막 안으로 탈장견이 들어오자, 잠복 중이던 여자분이 뛰쳐나갔다. 하지만 불행히도 탈장견은 재빨리 차단막의 허술한 틈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 날 새벽,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여자 분이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추위와 피로로 충혈된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도와주려는 건데, 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모르겠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 겨울의 새벽, 어느 변두리 동네 공터에서, 버려진 개 한 마리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 이상하게 몇 년이 지나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의 시작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른 2008년 초,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한 겨울 새벽, 홀로 울고 있던 그 여자 분의 모습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혜화’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젊은 여자의 모습과 만나며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름 절박한 마음에 썼던 이유에서였을까. 초고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임시로 제목을 이라 붙였다. 얼마 뒤, 아는 누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었고, 며칠 뒤 그 분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자 제안했다. 자신이 프로듀서를 맡겠다며. 십 년 넘게 알았지만 그 분이 영화 프로듀서를 하려 했다는 건 그날 처음 알았다. 그렇게 심현우 프로듀서와 함께 제작을 위한 여러 가지 준비를 시작했다. 그 후 시나리오는 수정작업을 통해 조금씩 다듬어져 갔지만, 제작준비는 쉽지 않았다. 투자와 캐스팅, 제작지원 모두 난항을 겪었고, 해를 넘겨 2009년 여름이 되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지쳐갈 무렵 서울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종자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다. 다행히 그 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제작지원(올해부터 없어진다)을 받았고, 고영재 PD님과 이충렬 감독님으로부터 투자와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해 9월, 청운동의 좁고도 정겨운 사무실에서 의 프리 프로덕션이 시작되었다.

‘혜화’라는 옷을 입게 될 여인

엔 혜화동이 나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듣고는 종로구에 있는 혜화동을 떠올리지만, 은 그 혜화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대신 '혜화‘라는 이름을 가진 스물 세 살의 여자가 나온다. 주인공이 중요하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겠냐만,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을 쓸 만큼 이 영화에서 ‘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컸다. 그래서일까. ‘혜화’라는 옷을 입게 될 배우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다.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던 어느 날.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보던 조감독님이 조심스럽게 어느 낯선 여배우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일요일 저녁. 사무실의 좌식 책상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배우는 말이 없었다. 대개의 경우 잠시 어색한 인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고 가기 마련인데, 그런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질문을 하면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고, 그 후 아주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말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긴 침묵으로 인해 이야기가 모두 끝났나 싶으면, 다시 이어지곤 하는 대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 역시 그 리듬에 익숙해졌다. 어색한 순간을 피하려고 성급하게 묻지 않아도 됐고, 침묵이 흘러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차분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릴 수 있었다. 긴 대화 끝에, 왜 이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역시나,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던 배우는 고개를 들고 가만히 바라보다 짧게 대답했다. “혜화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요.” 더할 나위 없이 짧고.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진실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유다인’이라는 배우가 ‘혜화’의 옷을 입게 되었다.

추위와 개, 촬영의 시작

총 25회 차의 촬영일정표가 나왔다. 12월 말에 시작해 2월 초에 마무리 되는 일정이었다. 아무래도 겨울 촬영이다 보니 촬영의 가장 강력한 적은 추위였다. 게다가 유행조짐을 보이던 신종플루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개들, 아역 배우뿐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까지 섭외해서 촬영해야 하는 조건 등등 때문에 촬영 전부터 나에겐 많은 걱정들이 있었다. 그런 와중, 12월 28일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신내동에 있는 개량 한옥에서 진행된 이 날 촬영은 혜화의 과거시절 장면이었다. 다행히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한 첫 호흡은 좋은 편이었다. 나도 조용한 사람, 배우도 조용한 사람, 스텝들도 조용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나름 소곤소곤 알콩달콩한 분위기로 촬영이 진행됐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2회 차 촬영부터, 야간 야외 장면이 등장하고 개와 강아지가 단체로 등장하는 본격적인 고행의 길이 시작되었다. 야간 야외촬영에서 배우들의 얼굴은 금새 빨갛게 변해버렸고 입에선 용가리가 내뿜을 것 같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금새 얼어버리는 입과 안면근육. 빨리 진행해서 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끝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결국 몸과 얼굴을 녹이고 다시 연기하고를 반복해 겨우 OK컷을 얻어낼 수 있었다. 반면 걱정했던 개와 강아지의 연기는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어미개가 강아지들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불행히도 강아지들 중에는 그 어미개의 친자식이 아닌 강아지가 한 마리 끼어있었다. 게다가 설정상 그 강아지가 중요한 역할이었으므로 꼭 어미개의 젖을 물었어야 했는데, 개들은 친자식이 아닌 강아지가 자신의 젖을 물면 그 강아지를 공격하기도 한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개를 관리해주시는 소장님께서도 그럴 경우를 대비해 다른 설정을 생각해놔야 한다고 조언 해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 그 강아지가 아장아장 걸어가더니 자신의 어미도 아닌 개의 젖을 턱, 물고는 쪽쪽 빨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 긴장했지만, 그 어미 개는 슥-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먹게 내버려두었다. 연기지시를 하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연기를 해버리는 센스 쟁이 강아지였다. 그날 밤 강아지는 여러 차례 단독 샷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여주인공 다인과 함께 훌륭한 내면 연기까지 보여주었다. 결국 그날 밤. 생애 첫 연기혼을 불살랐던 강아지는 마지막 컷의 OK 싸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꾸벅꾸벅 졸다가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어 버렸다.

눈 폭탄의 강림

5회 차 촬영이 있던 1월 4일. 새벽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꽤 많은 양의 눈이 오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아침 먹는 식당으로 도착할 즈음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식당에 틀어놓은 TV에서는 안경을 쓴 기자 한 분이 쏟아지는 눈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폭설에 관한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일찍 도착한 몇몇 스태프는 그 기자의 이름 옆에 쓰여진 아이디가 waiting 이라며 웃었다. (그가 바로, 나중에 유명해진 박대기 기자다.) 결국 그날 내린 폭설은 기상관측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많은 스태프들이 도로에 갇힌 채 현장으로 도착하지 못했다. 슬레이트 대신 손뼉을 치며, 현장에 도착한 스태프들만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후 스케줄에 있었다. 우리의 주요 촬영장소 가운데 하나인 철거촌이 하얀 눈의 나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황폐한 느낌이 있어야 할 동네에 하얀 눈이 덮이어 버리니, 마치 에 나오는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마을 같았다. 이미 주민들이 떠난 철거촌이기에 눈을 치우는 사람도 없었고, 그 넓디넓은 장소는 여러 날 후에 찾아가도 눈이 내리던 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이 정도의 눈이라면 3월은 되어야 녹는다고 겁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촬영을 그 때까지 미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논의 끝에 촬영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대신 남아 있는 20여 회 차의 촬영일정을 모두 바꿔야만 했다. 실내 촬영을 모두 앞으로 당겨오고, 철거촌을 포함한 야외장면은 모두 뒤로 미뤄놓았다. 언제 눈이 녹을지 기약은 없었지만 실내촬영이 끝나기 전에, 눈이 녹기만을 기도해야 했다. 배우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배우의 감정선을 고려해서 짰던 촬영일정 또한 모두 바뀌어 버렸다. 영화 진행 순서와 상관없이 장소 위주로 모든 스케줄이 변경됐다. 눈이 내린 지 5일 만에 다시 촬영이 재개됐다. 다행히 배우들도 그날그날의 촬영에 집중하며 감정선을 유지해주었다. 스태프들 역시 촬영 없는 날까지 출근해, 다음 촬영이 계획된 장소의 눈을 치우는 등 감동의 장면들을 연출해주었다. 결국, 눈폭탄을 강림시키며 심술을 부렸던 하늘도 이들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1월 중순 쯤 따뜻한 비를 한차례 뿌려주었다. 덕분에 인력으로 해결하기 힘든 많은 눈들이 녹았고, 우리는 1월 말 철거촌으로 재입성할 수 있었다. 눈이 그렇게 미웠던 건, 군대 이후 처음이었다.

‘구십삼씬’의 시험대

영화 찍기 전, 주연이었던 다인과 연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씬이 있었다. 시나리오 상 93번째 위치하는 이 장면을 우리는 항상 ‘구십삼씬’이라 부르며 무척이나 커다란 숙제처럼 생각했다. 영화 내내 감정을 누르던 두 인물이 처음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내용상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의미를 부여했던 건 혜화를 맡은 다인 때문이기도 했다. 그 배우 특유의 조용한 성격 탓에, 절제하고 누르는 연기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감정을 터뜨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씩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촬영 전 따로 만나, 연극의 독백을 연기하며 감정을 터뜨리는 훈련을 해보기도 했지만, 눈물만 줄줄 흘릴 뿐 넘어야 할 선을 아깝게 넘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연기의 방법론적인 면에서 무지한 감독이었기에 많은 도움은 안 되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이 배우의 막혀있는 무언가를 터뜨려주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같았다. 그 시험대가 바로 ‘구십삼씬’의 촬영날이었던 것이다. 그날따라 철거촌의 기온은 뚝 떨어졌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몇 번의 간단한 리허설을 마친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긴장된 가운데 시작된 혜화의 첫 번째 테이크. 그런데 뜻밖에 혜화의 감정이 봇물 터지듯 툭, 터져 나왔다. 눈물과 함께 절박한 외침이 터졌고, 그 감정이 모니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모니터를 보던 나도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테이크는 쓸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감정이 너무 격해진 나머지 울먹거려,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곧바로 다음 테이크를 갔지만,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첫 테이크에 너무 많은 감정을 소진해버린 탓인지 올라오던 감정은 자꾸만 사그라졌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중단하고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따로 점심시간 없이 삼각김밥과 호빵으로 배를 채우며 촬영을 진행했다. 이해를 해 준 스태프들의 배려 속에, 한 앵글에 이십여 차례씩. 총 사십여 차례의 테이크 끝에, 드디어 기다렸던 감정이 나와 주었다. 리딩 때도, 리허설 촬영 때도, 연극 독백 때도 보지 못했던 혜화의 모습이었다.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좋은 테이크를 얻었다는 기쁨 보다, ‘구십삼씬’의 시험대를 통과한 기쁨이 더 컸다. 진이 빠지도록 감정을 쏟아냈던 다인과 자신의 연기보다 혜화를 위해 더 감정을 쏟아내 주었던 연석과, 추위와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위해 기다려주었던 스태프들 모두 고마웠다.

이 수줍게.

2010년 10월 3일 새벽 1시. 많은 우여곡절 끝에 최종 프린트가 나왔다. 그리고 10월 8일 오후 5시. 부산국제영화제 해운대 메가박스 M관에서 의 첫 상영이 있었다. 일반관객과의 첫 만남이기도 했지만,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보는 첫 상영이기도 했다. 조금은 수줍고, 조금은 두려운 기분도 들었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며칠 뒤 운 좋게도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고, 두 달 뒤에 있었던 서울독립영화제2010에서는 3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은 2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첫 시작은 혼자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여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들의 도움과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보다 많은 사람이 이 영화와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이 그들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기억으로나마 남을 수 있는 영화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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