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리얼리즘 스타일의 영화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장호 감독이 혁신적 영화기법을 동원해 후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 어린이의 목소리로 반어적 내레이션을 시도하고 무성영화와 같은 저속 촬영과 풍자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자오락 소리와 염불 소리가 겹쳐지는 등 사운드의 실험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는 을 내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독재 시대가 낳은 작품이다. 을 시작할 때 나는 철저히 영화를 포기하고 그것도 아니면 영화판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다”라는 감독의 말대로 극한을 두려워 않는 맹렬한 태도가 돋보이는 영화다.
(남동철/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어린 시절부터 소매치기, 구걸, 펨프, 넝마주이들을 해온 동철(김명곤)은 어둠과 범죄생활이 몸에 배게 되었다. 동철은 가짜 여대생 혜영(이보희)을 납치할 계획을 세우다 육덕(이희성)을 만난다. 동철과 육덕은 혜영을 납치하려다 오히려 당하고 혜영이 창녀임을 알게 된다. 동철과 육덕은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하며 겨우 연명하다가, 시장에 나온 혜영을 만나 창녀촌에서 그녀의 심부름을 하며 그런대로 배를 채운다. 거기에서 둘은 손님과 싸움을 벌인 끝에 쫓겨나고, 혜영도 그들을 따른다. 바닷가 휴양지에서 세 사람은 한 때 즐거움을 만끽하고, 동철은 혜영을 진실로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휴양지에서 그들은 혜영과 헤어지게 된다. 그후 서울의 요정에서 웨이터인 그들은 혜영을 만나게 되지만, 손님들의 술세례가 지나쳐 그녀는 숨진다. 그녀를 곱게 단장시켜 묻으러 끌고 가는데 슬픈 우리 가락이 흐른다.
(2011년 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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